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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2006년 성탄 메시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9-04-10
  • 조회수 :  1147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시편 27,1)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꺼지지 않는 빛이시며, 지지 않는 태양이신 예수님께 두 손 모아 경배 합시다. 어둠속에 있는 우리를 당신 은총의 빛으로 밝혀주시고, 그 빛을 만민에게 전하라고 명하신 하느님께서 친히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 곁으로 내려 오셨습니다(이사 63,8-9). 고요하고 거룩한 이 밤, 당신 빛 속에 우리를 품어 주시어, 당신의 빛 속에서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게 하신 주님의 특별한 은총이 교우 여러분들의 가정과 세상의 모든 이들 안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1. 어둠은 어둠을 밝힐 수 없습니다. (요한 1,5).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요한 1,5).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아직 어둠에 싸여 있고 불안하고 평화롭지 못합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염려가 여러 홍보 매체들의 홍수 안에서 밀려오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 특히 아파트 값은 폭등하고 소수의 부동산 재벌이 생기는 반면 내 집 하나 장만 하지 못해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과, 집이 없어서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주 5일 근무제에 따라 여기저기로 여행과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아직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 실직자와 낮은 임금으로 고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사회는 빈부격차가 늘어만 갑니다. 이를 조절하고 살펴야할 입법, 행정, 사법부의 지도자들은 서로 분열되어 혼란을 일으키고 있고, 변화되는 국제 외교 관계로 인해 복잡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핵실험으로 인해 국내의 갈등은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 기타 열강들과의 국제적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들이 야기되고 있습니다. 무역 교류를 위한 미국과의 FTA협상 중에 우리나라의 많은 농민들과 산업 인력들은 정부의 협상 방법에 답답해하며, 정부와 정권에 대한 불만이 높습니다. 

 


  한편으로 현재 우리나라 고유문화 유산이나 국경 문제로 이웃 나라들과 미묘한  관계에 놓여 있고 국민의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 제공과 충실한 중개자가 되어야 할 언론매체는 반생명적이고, 반문화적인 내용들을 소재로 삼는 것도 드물지 않고, 쾌락과 자극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무의식중에 생명존중, 인간존중에 대한 불감증을 퍼뜨리는 일도 허다합니다. 그러면서도 그에 대한 대안과 책임에 대해서는 스스로 회피하고, 남의 탓으로 고발만을 일삼는 듯 합니다.

 


2.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로마 13,13).

 


  이런 인간의 죄의 구조는 욕망, 곧 권력과 물적인, 그리고 성적인 욕망의 내재에서 비롯됩니다. 어둡고 고통스러운 이 세상은 늘 불안하며, 특히 죄와 죽음은 세상 안에 큰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육신을 지니고 사는 인간은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육이 욕망하는 것은 성령을 거스르고, 성령께서 바라시는 것은 육을 거스릅니다. 이 둘은 서로 상반되기 때문에 여러분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됩니다”(갈라 5,17; 로마 7,7-25 참조).

 


  이렇게 인간의 욕망 때문에 개인이나 사회나 민족 간에 폭력이 발생하고, 이런 폭력은 반 인륜적, 반 생명적, 반 인권적인 상황으로 세상을 이끌어 갑니다. 이런 폭력은 인간사회를 분열로 이끌고, 인류 스스로의 공존(共存)을 파괴 합니다. 이렇게 서로가 미움과 이기심에 사로잡힐 때 인간은 스스로 자멸하게 됩니다. 야고보 사도께서도 “사람은 저마다 자기 욕망에 사로잡혀 꼬임에 넘어가는 바람에 유혹을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욕망은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다 자라면 죽음을 낳습니다.”라고 경고하시며“나의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착각하지 마십시오. 온갖 좋은 선물과 모든 완전한 은사는 위에서 옵니다. 빛의 아버지에게서 내려오는 것입니다”(야고 1,15-17). 바로 그 빛이 우리에게 오시어“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어두운 세상 안에 빛이신 구세주는 몸소 찾아 오셨습니다. 그 빛은 빛 중의 빛이시며, 세상을 구원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별의 인도를 받은 동방 박사들이 구유에 누워있는 가난한 아이에게 인도되었으며, 밤샘을 하던 가난한 목동들이 역시 이 아기에게 인도되었습니다. 이렇듯 빛을 찾는 사람은 빛을 발견할 것이고 빛의 갑옷으로 무장할 것이며, 어둠 속에 인내로이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가난한 사람은 새날을 맞이 합니다.

 


3. 당신 빛으로 저희는 빛을 봅니다(시편 36,10).

 


  아기 예수님께서는 어둠을 뚫고 한줄기 빛으로서 세상에 오셨고, 또 세상을 당신 빛으로 비추셨습니다. 어둠의 삶을 벗어 버리고 빛의 자녀로서 삶을 선택한 우리는 이제 삶의 현장에서 빛을 받아 빛을 비추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 직무를 충실히 전하는 성직자들은“세상의 빛”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 봉사직, 예언직을 수행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께서 말했던 것처럼 순결한 사람,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별처럼 빛날 수 있도록 하고, 생명의 말씀을 굳게 지녀야 할 것이며(필리 2,12-18 참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제헌을 새롭게 하는 미사성제로 생활 안에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 보여야 하겠습니다.

 


  교회를 이끄는 심장인 수도자들은 그 삶이 교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실재적인 증거이므로 기도와 노동을 통하여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특히 이 봉헌생활은 교회의 바로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봉헌생활 3), 변모하신 주님의 모습을 관상하며 주님을 증언하도록“변모된”존재가 되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봉헌생활 35). 이러한 삶은 교회 안에, 교회와 더불어 생각하고(sentire cum Ecclesia) 지역 교회들 안에서 사랑을 증진시키는 데 크게 공헌 할 수 있고 또 있어야 할 것입니다(봉헌생활 46-48항).

 


  평신도들은 교회 안에서 세상을 대변하고 세상의 일상생활을 통하여 세상에 그리스도를 대변하는 증인으로서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교회 헌장 36항-38항 참조). 그때 “비록 주님께서 너희에게 곤경의 빵과 고난의 물을 주시지만 너희 스승이신 그분께서는 더 이상 숨어 계시지 않으시리니 너희 눈이 너희 스승을 뵙게 되리라. 그리고 너희가 오른쪽으로 돌거나 왼쪽으로 돌 때 뒤에서 ‘이것이 바른 길이니 이리로 가거라’하시는 말씀을 너희 귀로 듣게 되리라.”(이사 30,20-21) 하신 이사야 예언자의 약속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죄스런 세상을 단죄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구원하시려고 당신의 외아들을 우리에게 보내셨습니다(요한 3,16 참조). 세상의 어두움을 탓하지 말고 어둠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 살아가면서도 우리가 보고 받은 빛을 따라 살며 어둠 속에 빛이 되도록 합시다. 빛 속에서 살고 있는 빛의 자녀인 우리들은 서로 간에 비방과 분열을 배제하고 선의의 모든 이와 함께 서로 부족과 아픔을 보듬고 빛을 향하여 나아가도록 합시다. 이러한 삶이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구원의 길이며 구세주의 탄생을 기뻐하고 축하하는 의미입니다.

 


  만민을 비추시며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성탄축제를 맞아 이 지역민 모두와 신자 여러분들의 가정에 하느님의 특별한 빛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바라며,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의 축복이 가득한 희망의 새해가 되기를  축원합니다.

 


                                      2006년 성탄절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최 창 무  안드레아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