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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2008년도 교구장 부활 메시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9-04-10
  • 조회수 :  1156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의 사슬을 끊고 승리자로 오신 부활 대축제를 경축하며, 그 기쁨과 평화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죽음을 이기시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문을 활짝 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 여러분의 공동체에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는 사랑”(1코린 13,8)으로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만물이 소생하는 이 봄철에 죽음의 세계를 벗어나 부활하신 우리 주님을 믿고 고백하며 기쁨과 희망의 부활 축제를 거행합니다. 죽음을 앞둔 예수님께서는 죽은 라자로를 부패에서 다시 소생시키기 전에 다음과 같은 희망과 기쁨을 전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마르타에게 ‘네 오빠는 다시 살아 날 것이다’ 하시니, 마르타가 ‘마지막 날 부활 때에 오빠도 다시 살아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요한 11,23-26)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고 따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 각자에게도 묻고 계십니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 우리의 부활신앙은 죽을 우리 생명의 무한정한 연장의 의미도 아니고, 죽음에서 소생하여 다시 죽을 생명을 얻는 것도 아닙니다. 이 죽을 인생이 하느님 안에 마칠 때에, 곧 죽음을 통해서 더는 죽지도 또 죽을 수도 없는 영원한 생명으로 변화되어 부활하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생명에 동참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1코린 15장 참조) 그러므로 부활에 대한 신앙은 바른 믿음과 불굴의 희망과 우리 죄 때문에 십자가에 돌아가시어 묻히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안에서 가능한 사실이며 인생관입니다. 이 믿음은 하느님의 은혜로 우리에게 거저 베풀어지는 선물입니다. 이런 새 삶을 바오로 사도는 다음과 같이 천명합니다.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이 은총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로마 5,2-5)

 


  우리의 부활신앙은 죽은 다음에 오는 것이 아니며 기적을 통해 이 현재 삶을 쉽게 극복하고자 하는 도피나 착각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알아보고 우리 구세주 예수님처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제자의 길”(마태 16,24-26; 루카 9,23-25)이며,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길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 믿는 이들에게 당부합니다. 『형제 여러분, 내가 하느님의 자비에 힘입어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드려야 하는 합당한 예배입니다. 여러분은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게 하십시오.』(로마 12,1-2) 그러면서 당신의 삶을 “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가 이렇게 그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내 육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콜로 1,24) 라고 고백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세례성사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가 된 우리는 우리 현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예수님처럼 구원으로 이끌어가야 합니다. 세상의 부조리나 어둠 곧 죽음의 문화를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죽음의 문화 속에 생명을 불어 넣어 구원으로 이끌어 가야 할 사명을 지녔음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세상 구원(요한 3,17)과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하여 몸소 죄인이 되시고, 죽을 수 없는 신성神性을 포기하시어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시고(필리 2,6-7), 성부의 뜻을 채우시고자(마태 26,39.42; 루카 22,39-42; 23,46 참조)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생생하게 마음에 새기고 그분의 길을 기쁘게 따라야 하겠습니다. 우리 구세주 예수님은 우리에게 다짐하시며 약속하셨습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8-30)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지난해 성 바오로 대성전의 바오로 사도 무덤 앞에서 이방인들의 사도인 바오로 사도의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하고자 금년 6월 28일부터 2009년 6월 29일까지를 ‘바오로의 해’로 선포하시면서, 바오로 사도를 본받아 우리가 자신의 공로가 아닌 주님의 풍성한 자비 덕분에 받은 신앙의 은총에 감사하며 주님을 찬미하도록 권고하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한때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를 반대하여 모독하는 일을 열성적으로 하였고, 개인의 집과 회당을 다니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모독하도록 강요하였으며, 교회를 없애버리려고 나라밖 여러 고을까지 쫓아가서 신자들을 박해하던 사람이었습니다.(사도 26,9-11) 심지어 그리스도를 증언하던 스테파노를 성 밖에서 돌을 던져 죽이는 일에 찬동하기도 하였습니다.(사도 7,54-8,1) 그랬던 그가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한낮에 「햇빛보다 더 밝은 빛」을 보면서 땅에 엎어져 어둠 속에 있는 이들에게 빛을 증언하기 위한 「하느님의 종」으로 선택됨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던 것입니다.(사도 26,12-18) 이후 바오로 사도의 간절한 기대와 희망은 “살든지 죽든지 자신의 몸으로 아주 담대히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것”(필리 1,20) 이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와의 만남 덕분에, 그에게 힘을 주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필리 4,13) 우리 역시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갑시다. 무엇이 주님 마음에 드는 것인지 가려냅시다.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잘 살펴봅시다.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읍시다. 모든 일에 언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시다.”(에페 5,8-20 참조)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금년에 영성 심화의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파스카의 신비를 깊이 깨달아 우리 믿음을 굳건히 하고 희망을 키우며 사랑에 매진하여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과 마음의 평화를 얻어 누리기로 합시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와 은총이 믿는 여러분과 우리 교구에 풍성히 내리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2008년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 구 장  최  창  무 안드레아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