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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2011년 교구장 부활메시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1-04-15
  • 조회수 :  1307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참으로 기쁜 소식입니다. 이 소식을 교구민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무척 행복합니다. 

  우리 그리스도교는 복음, 곧 기쁜 소식을 전하는 종교이고, 기쁜 소식의 핵심은 부활입니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의 부활은 빈 무덤에서가 아니라 바로 제자들의 삶에서 발견됩니다. 사실, 예수님의 부활은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체험되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무덤동산에서,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다락방에서 그분의 못 자국에 손을 넣으며, 이른 아침 호숫가에서, 돌아가셨던 예수님이 지금 내 앞에, 지금 내 안에 살아계신다는 체험을 했습니다. 이 부활체험을 통하여 제자들은 다시금 예수님의 말씀을 깨닫게 되었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 전혀 다른 별개의 것이 아니라 바로 하나임을 깨닫게 됩니다. 비우는 것이 채우는 것이요, 자신을 낮추는 것이 높이는 것이고, 손해를 보는 것이 이익을 남기는 것이고, 죽는 것이 사는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그들은 부활의 빛 속에서 새롭게 알아듣고 마음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부활은 사랑과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신앙인들의 구체적인 삶속에서 발견되고 체험됩니다. 부활은 참으로 자신을 죽일 줄 알고, 탐욕을 버릴 줄 알고, 오직 사랑만이 전부로 남게 하는 그러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선물이요, 기쁜 소식이며, 충만한 희망입니다. 우리 삶의 십자가가 아무리 크고 무거워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제시해주는 것이 부활이요, 부족하고 죄스러운 우리의 삶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 날 수 있다는 확신이 부활이요, 아무런 미래가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그래도 생명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부활인 것입니다. 따라서 부활 신앙은 사랑과 희생, 봉사와 나눔, 섬김과 기도가 가치 있다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것들이 우리의 삶을 보람 있게 하고, 의미 있게 하며,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믿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현실을 볼 때, 기쁨과 희망보다는 좌절과 비탄이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반면에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엄청난 부를 축적해가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곧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으며, 그로인해 사람들의 박탈감과 소외감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암울하고 불안하게 보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꿈을 꾸며 희망차게 미래를 설계해가야 할 젊은 학생들이 무한 경쟁에 내몰려 거기서 오는 압박과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오늘의 이 슬픈 현실 앞에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분의 부활에 깊이 닻을 내린 신앙인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라는 것은 굶주림, 고독, 가난, 절망, 소외 등이 더는 최후의 통첩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서 나타나는 어두운 죽음의 세력과 그 모든 징후들이 더는 최종적인 현실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고 절망에 빠져있을 때, 누구하나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느껴질 때, 사방에서 끊임없이 생명을 위협해 들어올 때, 이럴 때 희망을 이야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그런 상황에도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주님께서 죽음을 이기셨고, 세상의 악을 정복하셨고, 이 세상의 권세를 물리치셨다는 것을 믿는 사람에게 부활은 이미 끝나버린 과거의 사건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절망적인 세상 안에서도 매일 매일 사랑과 봉사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를 증거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지금 자신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이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부활 신앙의 힘으로 이 세상 안에 참다운 희망의 꽃이 활짝 피어나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길 기원합니다. 그러기위해 먼저 참 인간이시며 참 사랑이신 예수님을 모시고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부터 그분이 가지셨던 믿음을 본받고,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물러 참 희망을 꽃피우는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모든 교구민들이 전례에 거룩하게, 아름답게, 기쁘게 참여할 수 있길 바랍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은 초대교회 신앙인들에게는 큰 기쁨과 행복의 원천이었고, 그것이 바로 복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주님을 기억하는 전례는 늘 신앙인들에게 큰 기쁨과 행복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저는 금년 사목교서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부활대축일은 전례생활의 원천이 되고 특히 매주일 우리가 지내는 주일전례의 기원입니다. 그러므로 매주 우리가 맞는 주일은 작은 부활축제이며, 일상의 고달픈 삶 안에 숨겨진 영적 보화를 발견하는 거룩한 날이고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기쁜 축제의 날임을 잊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합시다. 또한 이 기쁨을 매일 미사를 통해 일상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한 교회의 초대에 기쁘게 응답합시다. 그리하여 매일 매일이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해주신 위대한 이 파스카의 역사, 증오와 분열과 전쟁에서 사랑과 화해와 일치와 평화로 부활하는 파스카의 역사에 대해 진정으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날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신 주님께서 베푸시는 희망과 기쁨이 여러분의 삶에 충만하기를 빌며 축하드립니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2011년도 부활절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김 희 중 히지노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