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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2012년 예수부활 대축일 메시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2-04-10
  • 조회수 :  1409

모든 이의 빛과 희망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칠흑 같은 길고 긴 어두움을 뚫고 찬란한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헤어날 길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절망 속에서 희망의 여명이 비추어 옵니다.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처럼 느껴졌던 죽음에서 새로운 생명의 길이 열렸습니다. 죽음을 딛고 부활하신 주님의 충만한 은총과 평화를 여러분 모두에게 전하며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하느님의 아들로 세상에 오셔서 사랑과 평화, 진리와 생명, 구원과 행복의 길을 가르쳐 주시던 주님께서는 거짓과 편견, 질시와 미움, 불의와 위선에 사로잡힌 지도자들에 의해 십자가형을 받고 비참한 죽음을 당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은 무덤에 안장되고 그 입구는 커다란 돌로 막혀 버렸습니다. 이것으로 파란만장한 예수님의 생애는 막을 내리고 모든 것이 영원한 침묵 속에 묻혀 버린 듯 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고자 죽기까지 순명하신 아들 예수님을 죽음에 버려두지 않으시고 영광스럽게 부활시키셨습니다. 그래서 주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영원한 생명의 주님이 되게 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당신의 빛 안으로 초대하시어 당신을 믿는 누구에게나 이 부활 생명에 참여토록 초대해 주셨는데 이것이 우리 희망의 근원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삶의 어떠한 시련과 고통, 그리고 죽음까지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정적인 사건입니다. 십자가 앞에서는 누구나 두렵고 떨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부활을 믿는 사람은 결코 십자가 앞에서 좌절하거나 주저앉지 않습니다. 십자가의 끝이 결코 죽음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빛을 얻게 되는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럼, 부활의 빛 속에서 힘겨운 우리 삶의 현실들을 살펴봅시다. 타인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주위의 많은 이웃들, 특히 이주민, 새터민, 실업자, 가정과 학교폭력의 피해자, 장애인들 등 사회에서 소외되어 외롭게 생을 이어가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한 우리 개인의 삶도 순탄치만은 않는 것 같습니다.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 생계에 대한 불안, 불안정한 가족관계의 갈등,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 등 갖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때로는 그 어떤 가능성도 찾을 수 없을 만큼 어두운 현실의 터널을 지나야만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크고도 무거운 십자가가 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기까지 합니다.


  고통의 십자가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우리 사회 안에서도 죽음의 큰 세력 앞에 많은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는 슬픈 사연을 접할 때 참으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생명은 십자가를 극복한 사람들이 누리는 부활의 열매입니다. 예를 들면 시련 가운데서도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자신도 힘들지만 말없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 바로 이들은 부활의 새벽을 여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우리는 부활을 체험하게 되고, 희망을 봅니다. 희망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포기이고, 절망을 딛고 일어선 희망이야말로 진정한 희망일 것입니다.


  예수 부활이 우리에게 보여준 희망이 바로 그러한 희망입니다. 죽음을 넘어선 희망, 죽음까지도 우리를 좌절시킬 수 없다는 희망 말입니다. 우리와 똑같은 처지였던 주님께서는 오해와 불신, 시기와 질투, 미움과 증오 속에서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거부하거나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 뜻을 이루려는 노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십자가와 부활을 체험하신 우리 주 그리스도께서 우리가 따라 걸어야 할 길을 확실히 보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늘 우리와 함께 계시며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는 우리를 도와주시며 부활의 영광으로 이끌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우리는 그 약속을 믿고 있으며, 그 믿음 안에서 힘과 용기를 얻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은 부활로 가는 여정이고,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의 이상이며 희망의 빛이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만의 부활이 아니라 모든 인류와 피조물이 함께 본연의 모습을 회복함으로써 부활의 기쁨 안에 머물기를 바라십니다. 그런데 인간의 무절제한 욕심 때문에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조화가 깨어지고, 핵문제로 인해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에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22). 따라서 우리는 모든 피조물과의 조화를 위해 노력하여 함께 창조의 목적을 향해감으로써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실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예수님 부활의 생명을 누려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의 자유를 얻게 되면, 피조물도 멸망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부활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로마 8,19.21).


 

  가정의 해를 보내고 있는 교형 자매 여러분!

  가족들이 함께 모여 기도함으로써 기도의 분위기가 커져 가고 또 기도 안에서 부활의 기쁨을 서로 나누고 키우는 가정으로 성장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평화가 여러분 가정과 그리고 여러분이 사랑하는 모든 분들 위에 풍부히 내리시기를 기원하며 주님의 축복을 드립니다. 알렐루야!


 

2012년 4월 8일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김 희 중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