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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2012년 교구장 성탄 메시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2-12-21
  • 조회수 :  1470

<2012년 성탄 메시지>


“평화를 빕니다”


2천 년 전 한 줄기 빛이 어둠을 뚫고 나와 우리네 삶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 빛은 슬픔과 절망에 몸부림치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주었고, 그 빛을 따라간 사람들은 평화 속에 머물렀습니다. 지나간 시간 동안 예수님께서는 끊임없이 평화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새롭게 태어나셨습니다. 저는 참 평화와 인간의 구원을 위해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찬미하며 그 기쁨을 전 교구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세상은 참 평화를 원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이렇게 진단하였습니다. “인간의 지능과 창조적 노력에 의해 인간 자체의 변화가 일어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급격히 변화되고 종교 생활까지 그 영향을 받는 상황입니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며, 지구촌은 극도의 대립과 분쟁으로 황폐되어가고 있으며, 인간의 뛰어난 능력발휘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장되는 혼돈의 상태가 커져가고 있습니다. 인류는 미래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혼돈과 갈등으로 불안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50여 년 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먼 미래를 직시하는 예언자적인 혜안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은 이들이 삶의 무게에 짓눌리며 절망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희망과 평화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교구 설정 75주년 및 대교구 승격 50주년을 맞아 “평화를 빕니다”라는 표어로 교구 영성운동을 선포하였습니다.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사회가 간절히 염원하는 것이 바로 ‘평화’라는 것을 감지하였기 때문입니다. 참 평화를 주기 위해 세상에 태어나셨던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평화를 심는 일꾼이 되기를 희망하였습니다. 그러나 주위를 살펴보면 평화보다는 다툼이 더 많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2천 년 전에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내어놓으시면서 세상에 용서와 사랑의 참 평화를 가져오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오신 땅 이스라엘에서는 폭력과 갈등의 폭은 줄어들지 않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중국, 한국 주변국 사이의 영토분쟁 문제, 그리고 각국 세력들의 정치공세를 접하면서 우리가 갈망하는 참 평화는 현실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또한 남북한 대화의 단절은 우리 모두에게 평화통일에 대한 관심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삶의 소중한 가치관인 ‘신뢰’가 사라져가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습니다. 돈이 최고의 가치로 부상하고, 돈을 위해 서로를 끊임없는 경쟁사회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은 물질만능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현대인들은 삶의 굴레에 갇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선한 인간본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실해가는 불행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참 평화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


예수님은 자신이 지닌 모든 영광을 내려놓으시고 가난한 아기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우리의 참 행복은 평화로 우리 인간 안에 내려오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는 경쟁보다는 더불어 사는 삶,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이웃을 배려하는 삶을 살도록 변화되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은 네가 먼저가 아니라 내가 먼저 그러한 삶을 선택할 때 가능해질 것입니다. 평화는 누군가의 힘에 의해 강요된 침묵이 아닙니다. 평화는 내가 너에게 평화가 되어 줄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참 평화는 너와 내가 이해와 수용, 인내와 용서, 나눔과 배려를 함께 공유할 때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참 평화를 이루는 삶을 우리는 아기 예수님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께서는 모든 인간을 향해 당신을 나눠주셨습니다. 그것은 당신 안에 모든 이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당신을 비움으로써 당신의 품 안에 모든 이들이 들어올 수 있는 자리를 만드신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참 평화 안에 머무셨고, 당신처럼 자신을 비움으로써 당신 안에 들어온 이들에게 참 평화를 누릴 수 있게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평화가 되어주심으로써 우리도 참 평화 안에 머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인류가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참 평화가 우리와 함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이제 우리 모두 예수님을 따라 예수님처럼 참 평화를 누리도록 합시다. 이 특별한 신앙의 해에 서로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겸손과 사랑 자체이신 아기 예수님을 통하여 참 평화가 되어 주는 삶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슬픔과 절망을 넘어 희망과 기쁨의 세상을 우리 다 함께 만들어 갑시다. 이것이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의 선물입니다.


평화를 빕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참 평화로 오신 주님의 이 귀한 선물을 받으십시오. 그리고 여러분도 주님처럼 평화의 사도가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빛고을에서 시작한 평화의 발걸음이 온 세상으로 번져나가길 희망합니다. 여러분 모두의 평화를 빌며 저도 참 평화가 되어줄 것을 다짐합니다.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