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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2013년 예수성탄대축일 교구장 메시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3-12-19
  • 조회수 :  1379

성가정은 세상의 빛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당신의 외아들을 보내주셨다”(요한 3,16). 



   한줄기 찬란한 빛이 세상의 어둠을 뚫고 인류구원의 역사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빛은 하느님이 보내신 당신의 사랑하는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이 우리 가운데 이루어지게 됨으로써,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 완전하게 드러났습니다. 참으로 기쁨과 행복이 충만한 은혜로운 성탄입니다. 사랑으로 오신 예수님의 탄생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겨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평화의 선물이 되었고, 내일을 예측하기 힘든 세상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는 희망의 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이 빛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해주는 진리의 문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죄 외에는 우리와 똑같은 삶을 살기 위해서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빛을 통해 일상의 나그넷길에서 만나는 기쁨과 희망, 그리고 크고 작은 삶의 고통과 슬픔, 이별과 절망을 우리는 그분과 함께 나누며 온 인류에게 열려 있는 영원한 생명의 여정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여정을 시작하면서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수많은 길을 만나게 됩니다. 그 많은 길 가운데 가정은 첫째가는 길이요 사회와 교회의 선익을 위한 시작점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한 가정을 통하여 세상에 태어나는데, 이 가정은 개인의 실존이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인격통합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사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한 가정의 자녀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당신이 선택하신 나자렛의 성가정은 우리가 예수님의 생애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복음의 학교입니다. 따라서 더 여유 있고 서로를 존중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사랑하는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평화로운 사회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가정이 아기 예수님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고 나자렛 성가정을 본받아야 하겠습니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1-38). 말씀을 잉태하신 분은 성모님이십니다. 성모님은 예수님과 평생을 함께 하며 세상구원을 위한 길에 동참하셨습니다. 요셉과 성모 마리아와 예수님은 서로의 사랑과 하느님의 뜻에 대한 순명을 통하여 가정생활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십니다. 부부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은 하느님 모습의 한 부분이며,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기 위한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우리 자녀들 또한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로서 다른 어떤 것보다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폭력적인 어둠의 세력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학교와 가정에서 파생되는 위계질서의 파괴와 수많은 부부갈등, 이혼으로 인한 가족 공동체의 해체 등은 오늘날 우리의 가정이 위기의 국면에 들어섰다는 경고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삶의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현상들을 단지 경제적인 문제 때문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참다운 행복의 길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 길은 재물의 충족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 가정의 위기는 자본주의 풍조가 만연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여러 유해환경에 노출됨으로써 야기되는 문제들로 인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시대상황 속에서는 신앙을 기초로 한 그리스도인 가정의 삶이 더욱 가치 있고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가정은 그리스도께서 인간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놓으신 그 지고한 사랑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희생하는 사랑과 순명이야말로 성가정을 이루어나가는 본질입니다. 주님이 우리를 위해 희생하셨듯이 부부와 자녀들의 관계에서 서로의 고유한 위치와 권위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헌신적인 사랑과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나자렛 성가정이 우리 가정의 모델이 되고, 그 정신이 우리 삶 안에 깊이 뿌리 내리게 되면 우리 가정들이 직면한 수많은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성가정을 이루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하늘나라를 향한 신앙의 여정처럼 멀고도 힘든 길입니다. 그러므로 가족들 모두가 굳건한 믿음 안에서 기도하고, 지속적으로 성실한 노력을 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우리 광주대교구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가정의 복음화” 세 번째 해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 동안 우리는 교구민들의 가정공동체 회복과 성장을 위해 기도하고, 말씀을 선포하는 새 복음화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믿음 안에서 신뢰에 기초한 가족애를 깊이 체험하고, 그 믿음을 구체적인 삶으로 살아냄으로써 성가정의 좋은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가정은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야 하며 사랑을 보호하고 드러내며 전달해야 할 사명에 충실해야 합니다”라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우리 모두는 성장한 가정공동체를 통해서 체험한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을 향한 나눔과 봉사의 삶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전환시켜나가야 하겠습니다. 사실 세상을 돌아보면 우리 주위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하물며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소중하겠습니까? 하느님으로부터 나온 모든 사물과 사람들은 나를 생존케 하고 지탱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가정의 향기와 빛이 이웃에게로 번져나가도록 노력합시다. 이 세상에 가장 가난한 자로 탄생하신 그리스도의 빛을 그들 모두와 함께 나누는 것이 우리의 소명입니다. 그리고 이 소명의 수행을 통해 세상 모두를 구원하고자 오신 아기 예수님의 사명이 실현될 것이며, 하느님 제단에 아름다운 열매로 봉헌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 우리 시대는 과도한 경쟁과 긴장감으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이 갈라져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고달픈 삶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따뜻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하며 서로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으며 있는 그대로의 이웃을 안아주어야 할 때입니다. 순수한 사랑은 어떠한 차이나 한계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긍정적인 요소를 볼 수 있게 만듭니다. 사랑의 향기가 전해지는 거룩한 나자렛 성가정의 빛이 우리를 평화와 행복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거룩한 탄생이 형제자매님들의 가정에 늘 축복으로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합니다.


  2013년 성탄 대축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