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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2014년 교구장 성탄메시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4-12-22
  • 조회수 :  1167

“예수님 안에서 위로와 희망을”



  오늘은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거룩한 날입니다. 아기 예수님은 캄캄한 어둠 속에 있던 온 인류에게 한줄기 생명의 빛으로 오셨습니다. 우리는 그 생명 안에서 하느님만이 인류에게 주실 수 있는 위로와 기쁨과 복된 희망을 보았습니다. 이 기쁘고 은혜로운 날, 예수님의 사랑과 축복이 온 세상에 충만하길 빌며,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삶의 무게로 짓눌려 고통당하고 있는 분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되길 기원합니다. 특별히 세월호 참사로 인해 희생된 이들과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이들에게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가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또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픔 때문에 고통 중에 있는 유가족들께 예수님께서 위로와 희망이 되어 주시어, 그 슬픔과 고통을 통하여 더 큰 은혜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기도합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셨다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영원한 행복으로 초대하시는 하느님 사랑의 표지입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은 가난한 사람들과 고통 중에 있는 이들 안에 드러난 구원과 해방과 사랑의 신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저 먼 곳에만 계시는  분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삶 가운데 계시며,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 좌절과 희망, 기쁨과 보람을 함께 공유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께서도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고 종의 모습을 취하시어 사람들과 같이 되셨다.”(필립 2,6-7)고 예수님을 증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보잘 것 없는 마구간의 말구유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말구유 위에서 태어나셨다는 사실은 세상에서 천대받고 소외당하는 이들의 자리에 머물겠다는 것을 온 천하에 드러내신 것입니다. 실제로 예수님의 생애는 병든 이들과 가난한 이들, 그리고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나고 잊혀진 사람들과 동행하는 삶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고통과 슬픔 중에 살아가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에게 연민의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아파하시고 슬퍼하셨습니다. 그들의 슬픔과 아픔을 공유하실 뿐만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삶의 희망을 발견하고 키워가도록 해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저 아픔을 어루만져 주신 분이 아니라 삶의 무게와 고통에 짓눌려 넘어진 이들이 다시 일어서도록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만난 이들은 모두 그분 안에서 위로와 희망을 받으며 기쁨의 삶으로 새롭게 변화되어 나갔습니다. 물론 우리 자신들도 여느 사람들과 똑같이 온갖 고통과 슬픔 앞에서‘상처 입은 치료자’로서 이웃과 함께 예수님 사랑을 실천하도록 초대되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사명은 우리가 이웃의 필요에 함께하는 사랑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도 “세상의 죄악이나 부조리, 정의와 공동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서만 멈춰서는 충분하지 않고 구체적인 애덕을 실천하며, 신발에 먼지를 묻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시대의 아픔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들이 무엇인지 식별하고 잘못된 것을 개선하는 일에 주저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이 사명을 충실히 수행할 때 비로소 예수님의 오심이 참으로 기쁜 소식이라는 것을 분명히 체험하게 되고 이를 통해 더 확고한 신앙인으로 성장하게 될 것임을 교종께서 알려주고 계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슬픔과 고통 속에 있는 이들과 함께 하며,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삶의 희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예수님의 탄생은 예루살렘의 마구간이 아니라 우리들 각자의 마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어린 아기의 모습으로 가장 비천한 곳에,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내려오신 신비를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그것은 세상의 깊은 어두움이 우리 안에 공존하더라도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는 희망에 대한 확신과 긍지입니다. 권력과 재물을 지닌 자들이 재간과 위세를 부리며, 능력 있는 사람만이 주인공이 되는 세상 가운데에서 하느님은 세상의 방식과는 다르게 가장 낮은 자의 자리인 구유에서 출발하십니다. 하느님 사랑의 놀라운 신비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 스스로 모든 이를 위하여 가장 무력한 자의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셨습니다. 그 누구도 당신의 모습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가장 작은 이, 가장 서러운 이, 가장 볼품없고 가장 내세울 것 없는 이의 모습을 기꺼이 드러내셨습니다. 이것이 구유의 신비이며, 그 안에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이끄시는 아름다운 사랑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은 참으로 거룩하고 은혜로운 날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 거룩한 날에 예수님을 만나서 기쁨과 은총을 누릴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기쁨을 체험한 우리들이 하느님의 놀라운 사랑을 온 세상에 선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기쁨의 나눔을 통하여 하느님 나라가 더욱 확장되고,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 슬퍼하는 이들에게 슬픔 대신 기쁨의 기름을, 맥 풀린 넋 대신 축제의 옷을 주게 하셨다.”(이사 61,1-3)는 말씀이 이 세상에 실현될 것입니다. 


  주님 탄생의 기쁨과 은총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14년 예수 성탄 대축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