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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2017년 교구장 성탄 메시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7-12-19
  • 조회수 :  676

2017년 교구장 성탄 메시지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요한 1,4)


 


 


“영원한 생명이 우리에게 나타나셨습니다.”(1요한 1,2 참조)


아기 예수의 탄생은 생명의 빛이 비추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염원하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입니다. 이 기쁜 소식이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루카 1,79)에게 기쁨과 희망의 복음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생명은 선물입니다


우리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 ‘사랑으로 창조된 작품’입니다(에페 2,10; <사목헌장 >19항 참조). 이는 곧 우리의 생명은 인간적 척도나 가치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는 신성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생명은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고, 함부로 다루거나 조작할 수 없는 하느님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생명의 존엄성은 하느님께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죽음의 문화에 저항하며, 생명의 복음, 생명의 문화를 확고하게 보존하고 지켜야 합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낙태 문제에 직면하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가 “모든 인간생명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닌, 새로운 한 사람의 생명으로 보호되어야 하고, 그 존엄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믿음이며, 우리 교회의 양보할 수 없는 기본적인 가르침”이라고 표명한 입장을 재확인하고자 합니다(<낙태죄 법안 폐지 논란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입장> 2017.11.21.).


더 나아가 인간의 생명은 인간 존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인간 삶의 모든 영역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또한 교회는 “고의적인 자살을 포함하여 생명 자체를 거스르는 모든 행위와 인간의 온전함에 폭력을 자행하는 모든 행위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 더 나아가 노동자들이 자유와 책임을 지닌 인간이 아니라 이윤추구의 단순한 도구로 취급당하는 굴욕적인 조건 등 이 모든 행위와 이 같은 다른 행위들은 참으로 치욕이며, 또한 이는 인간문명을 부패시키는 한편, 불의를 당하는 사람보다도 그러한 불의를 자행하는 자들을 더 더럽히며, 창조주의 영예를 극도로 모욕하는 것”(<사목헌장> 27항 참조)이라고 재천명합니다.


 


한반도 평화와 인간 생명 존중은 매한가지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제51차 세계평화의 날 담화(2018.1.1.)>에서 전쟁과 기아, 차별과 박해, 빈곤과 자연 훼손이 야기한 극심한 고통과 역경 속에서 평화를 찾아 나선 난민과 이주민들에 대해 각별한 관심의 시선으로 그들의 처지를 바라보며 정의와 평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그러한 시선은 이민과 난민을 그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근심거리의 존재로 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대와 형제애, 평화를 증진하는 기회로 변모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각별한 관심과 애정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때, 우리는 그들이 빈손으로 온 것이 아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들은 용기와 재능과 에너지와 열망, 그리고 고유문화라는 보화를 가지고 옵니다. 이렇게 그들은 자신들이 생활했던 지역의 다양한 문화로 자신들을 받아들여준 나라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기여합니다. 우리는 또한, 심지어 자원이 부족한 곳에서조차, 이민과 난민에게 마음과 문을 여는 무수한 개인, 가정, 공동체의 창의력, 끈기 그리고 희생정신을 보게 됩니다.”


 


평화를 증진시키려는 노력이야말로 인간 생명의 가치를 보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는 것입니다. 이런 뜻에서 한일주교교류모임의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성명서(2017.11.16.)>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현 정세에 비추어 볼 때, 시의적절한 의견표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양국민은 모두 군비 확장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이 가난한 이들의 희생과 고통을 더 심화시키고, 환경 악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이들, 특히 국가 원수와 군의 지도자들은 하느님과 전 인류 앞에서 세계평화를 위한 막중한 책임을 항상 염두에 두고 평화를 위한 대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우리 한일주교들은 무력이 아니라 하느님께 신뢰를 두고, 형제애를 적극적으로 실천함으로써 평화건설에 매진할 것을 다짐합니다.”



이미 우리 민족은 한국전쟁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비극을 뼈저리게 체험하였고, 평화 없이 인간 생명과 존엄성 또한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따라서 남북한의 평화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평화 증진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음을 거듭 확인합니다. 그리고 이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세계평화를 위한 중요한 징검다리가 될 것입니다.


 


생명과 평화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생명존중과 평화건설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밑바탕입니다. 이런 뜻에서 우리 광주대교구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본당의 해 (II) :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사목지표로 정하고, ‘공동체성 강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인 사랑’, ‘청소년 친화적인 공동체’, ‘사제단의 사목교류 강화 및 지구사목 활성화’를 사목중점사항으로 구체화하고자 합니다. 이 네 가지 사목중점사항은 우리 교구공동체가 교회 내적으로만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로 자리매김하고자 함이며, 아울러 세상 사람들에게 생명과 평화의 복음을 전함으로써, 생명의 문화를 촉진하고 평화를 증진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본당의 해 I’을 보내면서, 가정 공동체의 회복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주신 본당 신부님과 수도자 그리고 교구민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구체적인 우리의 생명 넘치는 삶과 평화에 대한 노력으로 생명과 평화의 주님을 우리 삶의 주인으로 모실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희망합니다.


 


 


 


2017년 12월 25일


천주교 광주대교구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