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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2018년 교구장 부활 메시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8-03-27
  • 조회수 :  901


“너희 땅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해방을 선포하여라.”(레위 25,10) 




    하느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사랑으로 모든 사람을 죄와 죽음으로부터 해방시키셨으니, 이 사랑이 세상 모든 이들의 기쁨과 희망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알렐루야!




“오, 놀라워라, 우리에게 베푸신 주님의 자비.”




    부활성야 미사 때, 온 세상을 향해 울려 퍼지는 파스카 찬송은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얼마나 고맙고 가슴 벅찬 것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 밤은 거룩한 힘으로

              모든 죄악을 몰아내고 모든 허물을 씻어 주네.

              죄인들에게 깨끗함을 돌려주고

              슬퍼하는 이들에게 기쁨을 찾아 주네.

              미움을 물리치고 화합을 이루며 권세를 누르네.”(파스카 찬송)




    우리 주님께서는 몸소 십자가 고난을 겪고 부활하심으로써 죄로 얼룩진 세상과 인류를 구원하셨으니, 그분의 자비와 사랑을 노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 놀라워라, 우리에게 베푸신 주님의 자비.

               오, 크시어라, 우리에게 베푸신 주님의 사랑.”(파스카 찬송)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우리 모두는 이처럼 놀랍고 엄청난 사랑을 무상으로 받았지만, 아직도 하느님의 이 큰 사랑을 깊이 체험하지 못하고 그 사랑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으신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자기만 살려고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이용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우리 사회를 구원하기 위해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조건 없는 사랑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자기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데 깊이 빠져들어 다른 이들의 삶을 돌아볼 여유가 사라지고 있는 현시대에, 한데 어울려 웃고 나누는 따뜻한 사랑이 절실히 요청됩니다. 끝없는 경쟁과 무자비한 적자생존의 논리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 안에서, 더불어 사는 삶의 기쁨을 찾는 일이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배타적, 수직적, 위계적 갑을관계로 빚어진 인간관계의 간격을 이어줄 인격존중과 평등의 다리를 놓는 일을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의 해방과 은총이 필요합니다. 가난하고, 잡혀가고, 눈멀고, 억압받는 이들과(루카 4,18-19 참조), 어쩔 수 없이 경쟁의 노예가 되거나, 자기세계 속에만 갇혀 살거나, 존엄성을 빼앗긴 모든 이들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더 나아가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 하느님의 은총과 생명의 숨결이 꼭 필요합니다(창세 2,7 참조).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가 오기를, 그리고 그분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기 때문입니다(마태 6,10 참조).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선물입니다. 우리의 선행과 업적으로 획득한 것이 아니라, 그분이 호의로 주신 거저 받은 사랑의 선물입니다. 그리고 회개는 그분께서 선사하신 하느님 나라를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곧 회개는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의 아드님을 우리 죄를 위한 속죄 제물로 보내주신 것”(1요한 4,10)을 깨닫고 고맙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런 뜻에서 회개는 자신의 이기심을 철저히 포기하고 하느님의 기준대로 살기 위해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믿고 먼저 하느님의 나라를 찾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마태 6,33 참조). 그러므로 세상의 거짓되고 냉혹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돈과 명예, 권력과 폭력의 헛된 우상을 추종하는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마태 4,1-11 참조)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회개의 징표입니다.




하느님의 나라와 한국 평신도 희년




    우리는 지금 ‘평신도 희년’(2017.11.19.-2018.11.11.)을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한국천주교회는 진심을 다해 이 희년을 경축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한국천주교회는 그 첫 시작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평신도의 헌신과 희생을 제쳐두고 생각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도 남북이 분단된 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지기를 염원하고 일상생활이 펼쳐지는 사회 곳곳에서 쇄신과 변혁을 위하여 평신도들이 쏟은 열정을 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종 요한 바오로 2세께서 <평신도 그리스도인>에서 언급한 평신도에 대한 헌사는 글자 그대로 우리 한국천주교회의 평신도들을 위한 헌사로 여겨도 과분하지 않을 것입니다.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남녀 평신도들, 자신들의 일상생활과 활동 속에서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 때로는 너무 멀어 잘 보이지도 않고 결코 세상의 갈채를 받지 못하지만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랑으로 지켜보시는 사람들, ... 하느님 은총과 능력을 확고하게 신뢰하는 이 사람들이 바로 역사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이룩하려는 겸허하고도 위대한 건설자들이다.”(평신도 그리스도인, 17항)




    평신도 희년 동안, 우리 교회가 진정으로 평신도 희년을 경축하며, 다양하고 풍요롭게 평신도들의 노고를 기억하기를 권고합니다. 아울러 희년의 정신이 그 본래의 취지에 맞갖게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안으로 확산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남북의 화해와 일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희년으로 구체화되기를 희망합니다.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회를 이루고, 모든 이의 인권과 존엄성을 존중함으로써 더욱 품위 있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희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주님의 부활을 믿는 우리 신앙인들의 징표이기도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고, 우리는 그 증인입니다. 알렐루야! 



 

 


2018년 4월 1일

천주교 광주대교구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