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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교구장 부활 메시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2-04-15
  • 조회수 :  630

2022년 교구장 부활 메시지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죄와 죽음을 이겨내시고 새로운 생명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신 주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죽음이라는 암흑을 뚫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제자들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만물에게 새로운 생명의 힘을 주십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신앙의 정점이며, 우리에게 삶의 가장 완벽한 희망을 제시해 주는 새로운 존재 양식입니다. 새로운 존재 양식이란, 우리의 물질주의적이고 이기적인 행동 방식이 예수님의 이웃에 대한 사랑과 자비, 용서의 방식으로 바뀌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은 바로 오늘 우리의 삶 안에서 시작되어야 하기에 우리의 일상 안에서 찾아오는 십자가와 수난을 신앙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희망을 찾고 만들어가는 은총을 부활하신 주님께 간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현실의 삶 안에서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의 현실은 벌써 3년째 접어들고 있는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아직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모든 형제들」에서 언급하셨듯이, 우리는 이미 교통과 통신에서 지구촌이라고 불릴 만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온 세계가 모두 힘을 모아 이 감염병을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서로가 너무나 밀착된 우리의 삶이 육안으로도 볼 수 없는 바이러스의 전파력을 이겨내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 안에서 서로에 대한 관심과 함께 서로에 대한 배려 깊은 거리두기도 깊이 성찰하고 실천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국제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이 생겨났고, 전 세계적인 전쟁으로 번질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미국과 서방세계의 팽팽한 힘겨루기 속에서 그사이에 끼어있는 우크라이나는, 이번 러시아의 침공으로 천 명이 넘는 사망자와 수백만에 이르는 난민이 고통을 받고 있고, 강대국과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그 생존권조차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림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기근이 더 심해지는 영향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더 나아가서 러시아와 서방의 협상이 잘 이루어져서 전쟁을 멈추고, 모두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평화의 여정이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요즘 겪고 있는 현실이 때로는 절망스럽고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절망 속에서도 주님의 죽음과 부활은 우리에게 큰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라고 사도 바오로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진정한 죽음이 있어야 부활할 수 있고,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 사건을 통해 이집트 노예생활로부터의 해방인 파스카를 경험했듯이,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부활은 새로운 생명이며 동시에 자유요 해방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눈앞에 펼쳐진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비록 현재의 어려움이 무겁고 비극적이라고 해도,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수난을 잘 이겨내시고 부활로 승리하셨듯이, 우리도 모든 어려움들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키워내야 할 것입니다. 지친 세상에 기쁨과 희망을 주기를 바라시는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자, 우리 광주대교구는 3개년 특별전교의 해를 지내며,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가 모두 함께 참여하는 하느님 백성의 대화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이 세상에 우리가 외쳐야 하는 기쁨과 평화는 어떤 것인지 성찰하고, 또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주님의 말씀을 살아가기 위한 쇄신의 노력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교구에서, 그리고 각 지구와 본당에서도 계속될 우리의 이런 노력이 세상을 향해서는 빛과 소금이 되고, 우리 스스로에게는 밝은 미래를 약속해줄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지금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반포 5주년(2021년 3월 19일)을 맞이하여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우리가 성가정을 본받으며, 가족 단위의 교육적 가치를 재발견하도록 초대하시면서 “가정의 가치란 희망의 지평을 열며 늘 관계를 새롭게 하는 사랑에 토대를 두라고 요구합니다. 가정이 기도의 집이 될 때, 가족애가 진지하고 깊고 순수할 때, 용서가 불화를 지배할 때, 삶의 일상적인 쓰라림이 상호 간의 따뜻한 애정과 하느님의 뜻을 진지하게 따름으로써 가라앉게 될 때, 가정 안에서 진정한 친교를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가정은 기쁨으로 자신을 내어줄 줄 아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쁨에 비로소 마음을 엽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먼저 자신을 닦고, 가정을 돌보며, 우리 교회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사랑과 평화의 공동체를 만들어갈 때, 우리나라와 온 세상의 평화도 우리에게 찾아올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초대하시는 하느님 나라의 시작인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해주시고, 모든 가정에 은총과 평화를 가득히 내려주시길 기도합니다. 부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