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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2023년 교구장 부활 메세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3-04-09
  • 조회수 :  362

2023년 교구장 부활메시지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루카24,48)

 

 

사랑하는 광주대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참 평화를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내려 주시기를 기도드리며 부활 축하 인사를 전합니다.

 

지난 3년간 우리는 코로나19’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신앙을 지켜왔습니다. 사실 죽음의 공포보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사랑하는 이의 임종 순간에 함께하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서로를 위해 거리를 두고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과 이것이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또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경제적인 어려움은 각자도생이라는 말로 우리를 더욱 힘겹게 합니다. 남북 문제와 한일 문제를 굳이 더하지 않아도, 각자의 인생 여정만으로도 충분히 고단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어려운 현실에도 서로를 위하고 돕는 공감과 사랑이 희망을 만들어 내고 있음을 우리는 체험합니다.

 

요즘 우리는 육체적으로는 살아있어도 영혼은 죽어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보게 됩니다. 살아있기에 먹고 자고 움직이지만, 영혼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그러합니다. 격식을 갖추어 옷을 차려입고 수많은 시공간에서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지만, 실상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고 그 안에는 활기찬 생명력이 없습니다.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적인 도리나 도의는 세속적인 물욕 앞에 땅속에 묻혔고, 인정과 우정은 옛말이 되었으며, 약자와 가난한 이들이 소외된 채 그들만의 공정과 논리로 불의만 가득합니다. 이러한 사회는 이미 죽은 무덤과 같습니다. 이 무덤은, 아무런 반대의 소리를 내지 못하고 생명을 잃은 진리로 남아 있으며 의로운 분노도 사라진, 어둠 속의 침묵과 정적 뿐입니다.

 

우리는 이기심, 사리사욕, 탐욕, 권력욕, 명예욕 등 자기중심의 삶을 무덤에 단단히 묻어야 하고 철저하게 없애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소생할 수 있고 성령 안에서 새로운 부활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예수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돌을 치워라.”, “라자로야, 이리 나와라.” 라자로를 살리신 주님께서, 오늘 우리에게도 돌을 치우고 나오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변인이었던 우리에게 그를 풀어 주어 걸어가게하라고 촉구하십니다. 이 소리는 껍데기 같은 삶을 치우고 어둠을 떨치고 나오라는 생명의 말씀입니다. 아직까지도 부활의 삶을 막고 있는 거대한 돌들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답답하게 우리를 억누르고 어둠 속에 머물게 하는 죄의 돌들은 반드시 치워져야 합니다. 그런데 그 돌은 함께 치워야 할 공동의 몫입니다. 사실, 묶여있는 영혼은 스스로 돌을 치울 수도 없고 묶인 붕대를 풀 수도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돌을 치우고 붕대를 풀어 줘야 합니다. 결국 주님 말씀을 듣고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는 것은 각자의 몫이지만, 돌을 치우는 것과 붕대를 풀어 주는 것은 공동체의 연대와 나눔을 통해서입니다. 제자들을 부르시고 파견하셨듯이 주님은 개인의 구원을 공동체 안에서 구현하십니다. 서로 용서하고 묶여있는 것들을 풀어 주어 자유롭게 걸어가게 해야 합니다. 마음으로 용서하지 않으면 타인도 묶여있고 나 자신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주님 부활은 우리에게 들에 핀 꽃들처럼, 흘러넘치는 샘물처럼, 새로운 생명으로 다가옵니다. 이제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의 초대에 기쁘게 응답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새롭게 하고, 이웃과의 관계도 새로이 하며, 더 나아가 자연과의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도 지속해야 합니다. 나 자신을 살리고 이웃 형제들을 살리며 환경과 지구를 살리는 우리의 노력은, 바로 하느님 창조사업에 협력하는 것이며 주님 부활을 사는 삶입니다.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라고 말씀하신 그대로, 주님께서는 오늘 죽음이 모든 것을 허무로 만든다고 믿는 세상을 이기셨습니다. 그것은 결국 우리 모두를 다시 살게 하시려는 주님 사랑의 승리입니다. 다시 한번 주님 부활의 기쁨을 전하며, 우리 모두에게 새 희망을 안겨주는 주님 부활이 되리라 믿습니다.

 

주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202349일 주님 부활 대축일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옥 현 진 시 몬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