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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교서

2002년  교구장  사목교서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9-03-27
  • 조회수 :  1942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는 어느 덧 삼천년기의 두 번째 해를 맞이합니다. 교회는 지난 두 천년기의 마지막 해인 그리스도 강생 2000년을 대희년으로 선포하고, 세상을 향해 “그리스도 탄생 후 2000년은 그리스도인들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는 온 인류를 위해서도 특별한 대희년”(제삼천년기 15항)이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현실은 기쁨과 희망보다 슬픔과 좌절, 초조와 불안으로 더 짓눌리는 상황입니다. 대희년을 맞이한 기쁨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온 인류는 엄청난 폭력과 전쟁의 공포,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분쟁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천년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폭력과 갈등의 악순환 속에서 드러나지 않게 종교도 악용될 수 있고 본연의 사명을 다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세상 현실을 지켜보며 우리의 신앙, 교회 공동체의 근본 사명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새로운 복음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1983년에 열린 제 19차 라틴 아메리카 주교 정기총회에서 <새로운 복음화>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여 복음선포에 대한 ‘새로운 열의,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이 필요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이후 사도적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1988. 12. 30)에서는 새로운 복음화의 개념과 목적을 더 분명히 하십니다. 즉 “새로운 복음화는 개인들만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과 환경과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전 인류를 향한 것이다. 그 목적은 더욱 성숙한 교회 공동체의 형성에 있다.”(34항)는 것입니다. 그리고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며 선포된 교서 <제삼천년기>(1994. 11. 10)에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이루어진 일련의 시노드들은 모두 새로운 복음화의 부분들이며, 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상으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특히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의 진술들은 대단히 감명적이었으며, 2000년 희년의 준비는 세계적이고 지역적인 차원에서 교회 전체에 걸쳐 자신이 그리스도께 받은 구원사명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고취시키면서 진행되고 있다.”(21항)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1세기를 여는 제10차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에서는 지역 공동체가 주교를 중심으로 어떻게 성장해 나아가고 그 사명을 다해야 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복음화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래 이루어지고 있는 교회의 내적 쇄신과 충실을 계속 도모하면서, 신앙의 심화를 위한 노력과 시도들을 통해 교회 공동체의 면모를 일신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참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향한 새로운 열의
이와 관련하여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1997년 봄 총회를 마치며 발표한 공동 사목교서 <대희년을 바라보며>(1997. 3. 6)에서 “2000년을 앞두고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신앙인들이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일입니다.”(4-2)라고 전제하고, “회개는 글자 그대로 삶의 태도를 고치고 관성에 젖어 별 생각 없이 걸어가던 걸음걸이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상이 변하지 않는 것은 나 자신이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변할 때에 세상이 바뀝니다.”(4-4)라고 천명하였습니다. 그리고 1998년에 발표한 담화에서는 이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새날 새삶> 운동을 제시하셨습니다. “나부터 새롭게, 참된 가정 이루기, 좋은 이웃 되어주기, 함께 가요 우리”라는 네 가지의 기본 틀을 가진 이 운동은 모든 이가 참 그리스도인으로 새로 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4년째인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단순히 대희년을 위한 선언적인 운동으로 그쳐버린 것은 아닙니까? 원론적이고 이상적인 덕목의 나열로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동안 구체적인 실천을 위해 어떤 노력과 시도를 하였습니까? 우리는 이에 대한 깊은 반성이 필요합니다.
우리 교구는 2007년에 교구 설정 70주년을 맞이합니다. 인생의 나이로 비유하자면 고희(古稀)를 맞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이 지역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좌절을 함께 나누며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고자 노력하였고, 지역 사회 안에서 교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공동선과 보편적 일치를 이루는데 노력해왔습니다.(우리 교구 공동체는 지난 1996년부터 2000년 대희년까지를 “새로운 복음화의 해”로 설정하여 5개년 사목 계획을 단계적으로 다양하게 실천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개인과 공동체의 성숙을 위해 각성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을 고백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이웃에게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먼저 복음화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000년 12월 31일자 교구 통계표를 보면, 우리 교구의 주일미사 참석 신자비율이 25.7%에 지나지 않고, 쉬고 있거나 행방불명으로 파악된 신자비율은 합쳐 33.6%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통계수치만을 가지고 우리의 신앙생활 상황을 진단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 결과는 교구민의 신앙생활의 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교구 설정 70주년을 앞두고 교구 공동체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돌아가, 참 그리스도인 공동체로 새로 나고자 하는 새로운 열의를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개인과 가정성화, 공동체의 성숙을 위해 새로운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신비체> 인 교회 공동체에 관한 새로운 인식
우리는 이러한 교구 공동체의 과제를 풀어가기 위해, 우선 급변하는 현대세계에 적응하며 그리스도께 받은 구원사명을 새롭게 각성하기 위해 개최되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의 가르침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은 우리로 하여금 교회 공동체에 관해 새롭게 인식하게 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민족 중에서 불러모으신 이들에게 성령을 주시어 그들로 하여금 신비로이 당신의 몸을 형성하셨는데, 그 몸 안에서 그리스도의 생명이 신자들에게 나누어지는 것이며, 신자들은 성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신비롭게 실제로 결합한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인 이 교회 공동체는 “그리스도한테서 온 몸이 관절과 힘줄을 통하여 영양을 섭취하여 서로 연결되어 하느님이 키워주시는 대로 자라는 것(골로 2, 19)이기에, 우리는 사랑 안에서 진리를 따르며 모든 것을 통해서 우리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향하여 자라게 된다(에페 4, 11-16 참조)”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교회 공동체를 <그리스도 신비체(神秘體)>로 규정한 공의회의 선언을 새롭게 인식하고자 하는 것은, 성화(聖化)의 부름을 받고(테살 전 4, 1-12), 성화의 길을 걷고 있는 하느님 백성의 사명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물과 성령으로 다시 나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요한 3, 5-6), 생명의 빛이신 말씀으로 살아가야 할 ‘하느님 백성’으로 부름을 받은 것은,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며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의 영광과 이웃에 대한 봉사에 헌신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느님 백성은 각자의 다양한 직무와 생활형태로 교회 공동체의 <그리스도 신비체>성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세상에 마땅히 나타내야 할 사명이 있는 것입니다.
 
<교구 공동체의 성숙>을 위한 우리의 실천
결국 우리의 사명은 <그리스도 신비체>로서의 교회가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결합되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듯이, 예수 그리스도께로부터 교회를 위임받은 주교와 함께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직, 왕직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이 지역사회 안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인류구원을 위해 봉사하는 것입니다. 이는 특히 미사성제 집전으로 드러납니다. 성목요일 성유 축성미사 때 주교를 중심으로 사제단이 하나가 되어 한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드러내며, 본당에서는 미사 때 공동체가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와 하나가 되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고 영성체로 우리 가운에 계신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어, 세상에 그리스도의 복음의 산 증인으로 파견되기 때문입니다.
주교에게 섭리된 협력자이며, 주교와 더불어 교구 사제단을 구성하여 고유한 사목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제들은 상호 긴밀한 협력과 연대, 존경과 성실로 우선 우리 교구 공동체가 2년째 시행하고 있는 <지구장 제도(지역 협동사목)>가 올바르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지구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협동사목은 교구 공동체의 성숙을 위해 매우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평신도들은 육신 안에서의 영혼의 역할을 세속 안에서 완수해야 하겠습니다.(교회헌장 38항) 교회 본연의 사명인 하느님을 섬김과 선교의 임무를 더욱 온전히 수행 할 뿐만 아니라, 한국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가 우리 사회의 도덕성 회복을 위해 전개하고 있는 <똑바로>운동을 열성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는 살아 계신 하느님의 표지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운동은 ‘의식계몽 운동’ 이자 ‘생활 실천 운동’이기 때문에 신앙인 개인과 지역 사회의 성숙을 위해 매우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복음적 권유(청빈, 정결, 순명)를 서원하여 축성생활을 하고 있는 수도자들은 <참 행복 선언>(마태 5, 3-12)의 정신이 아니고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없고, 하느님께 봉헌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생활로 탁월하게 증명함으로써(교회헌장 31항) 교회 공동체의 거룩함을 보다 풍부하게 드러내기를 희망합니다. 이는 그리스도께 구원사명을 받은 하느님 백성 모두를 일깨우는 데 매우 필요한 것입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저는 우리 교구 공동체가 단기적으로는 2007년까지 ‘참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향한 새로운 열의를 가지고 교회공동체를 하느님의 백성이며 그리스도 신비체로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보다 성숙한 공동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2037년에 맞이할 교구 설정 100주년을 ‘등잔과 함께 기름을 준비한 슬기로운 처녀들’(마태 25, 1-13)처럼 깨어 준비함으로써, 이 지역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를 위해 금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선포한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의 가르침을 새롭게 일깨우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교회에 주어진 불변의 구원사명을 감동적으로 일깨워준 공의회의 말씀들을 다시 되새기며, 새로운 천년기의 서막을 ‘뜨거운 감동’(루가 24, 32)으로 지냅시다. 하느님 백성인 우리가 그리스도께 받은 구원사명을 새롭게 각성하고, 교구 공동체의 면모를 일신하여, 모든 이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영원히 ‘기쁜 소식’이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2001년 12월 2일 대림 제 1주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최 창 무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