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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교서

2004년 교구장 사목교서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9-03-27
  • 조회수 :  2013
2004년 교구장 사목교서
“이것이 곧 여러분에게 합당한 예배입니다”(로마 12,1)
 
서론
 
1. 우리 신앙의 핵심을 교리서는 다음과 같이 천명합니다. “사람이 무엇을 위하여 세상에 났습니까?” “사람은 천주를 알아 공경하고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세상에 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참 삶의 길은 참된 예배이며 올바른 예배는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이끌어 줍니다.
 
2. 2003년 성 목요일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사제들에게만 주시던 편지대신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는 교서를 발표하셨습니다. 이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성체성사를 삶의 중심으로 삼도록 가르치신 것입니다.
 
본론
 
3. 교회가 성체성사로 산다는 사실은 성체성사가 예배중의 예배이며 교회신비의 핵심이고 참 삶의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이를 깨달아야 하며 자유와 생명의 진리로 삼아야 합니다. 성체성사가 이와 같이 중요함은 우리 구원이 이루어진 파스카의 신비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으며 다른 성사들은 이를 준비하거나 보완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세주 예수께서는 빵의 기적으로 굶주린 사람 5000여명을 배불리 먹이신 후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선언하셨습니다: “썩어 없어질 음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음식을 얻으려고 힘쓰시오. ···내가 생명의 빵입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입니다.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입니다. 진실히 진실히 말하거니와 인자의 살을 먹지 않고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당신들 안에 생명을 얻지 못합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입니다”(요한 6,34-54).
 
파스카의 신비와 교회
 
4.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며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 하느님과 인류를 하나로 묶는 일치의 표징이며 구원의 확실한 길로서 세상의 성사와 같습니다(교회헌장 1). 그리고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우리는 세상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등, 참으로 인간적인 상황은 그 무엇이든지 그리스도안에 또 그리스도를 통해 받아들이고 동참해야 합니다(사목헌장 1). 이 진리와 신비는 교회의 전례 안에 곧 성사들의 집전으로 생활화 합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구세주 예수님의 파스카를 거행하는 성삼일의 전례안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교회헌장, 사목헌장을 공부한 우리는 이제 전례헌장을 공부하게 됩니다. 우리 믿음의 삶이 현실 안에서 현실을 통하여 구체화되어야 하겠습니다. 전례중의 전례이며 우리 믿음의 핵심인 미사 성제 안에서 믿음의 삶이 충만하고 승화되도록 합시다.
 
전례안에 그리스도의 현존
 
5. 그리스도께서 “나는 세상 끝날까지 항상 그대들과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하신 약속을 당신의 교회 안에 전례를 통하여 이루고 계십니다. 전례헌장은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이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언제나 당신의 교회 안에, 특별히 전례 안에 계시며, 성사 집전자의 인격 안에, 특히 축성된 빵과 포도주 형상들 아래, 미사의 희생제사 안에 현존하신다. 이 미사 성제는 십자가의 희생제사를 기념할 뿐 아니라 실제로 성령안에 피흘림없이 재현하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께서는 가장 사랑하시는 당신 신부인 교회를 언제나 당신과 결합시키시며, 교회는 자기 주님을 부르며 또 주님을 통하여 영원하신 아버지께 예배를 드린다. ··· 그러므로 전례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이다”(전례헌장 7).
 
교회는 예배하는 공동체
 
6.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는 이 신비를 생각하며 생활 안에 계승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그의 모친 마리아를 모시고 한마음 한 뜻이 되어 기도하였으며(사도 1,13-14), 약속된 성령을 받은 후 모든 의심과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생전에 예수님이 하셨던 것처럼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예수님이 구세주이심을 증언하였습니다: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듣고 서로 도와주며 빵을 나누어 먹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사도 2,42). 이 모습은 하느님의 말씀과 인간의 응답이 전례 안에서, 그리고 그들의 구체적 삶 안에서 용해되어 새로운 삶을 이끌어 내고 이 변화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된다는 뜻으로 이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사는 예배의 총화이며 완성.
 
7. 미사성제 안에서 교회의 본질과 사명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거룩한 성찬의 희생제사에서 우리의 구원이 이루어지므로, 전례는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신비체와 참 교회의 진정한 본질을 생활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는데 가장 크게 이바지한다”(전례헌장 2). 예수께서 교회와 함께 계시겠다고 약속하신 사실은 미사 전례 안에서 잘 드러날 뿐 아니라, 영성체로써 더욱 확실해 집니다. 그리스도인은 영성체로써 정말 그리스도와 하나되는 은혜를 받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신비체임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이 신비를 새롭게 깨달으며 은혜를 받도록 모든 신자들을 주일과 축일에 초대하는 것이며, 미사 참례를 의무로 하는 것입니다(전례헌장 102-106 참조). 마치 샘에서 물이 흘러나오듯이 미사 성제를 통하여, 생명의 은총이 우리에게 흘러 들어오고, 또한 신자들의 현실 생활이나 교회의 다른 모든 활동들도 여기서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교회의 전례는 가장 완전한 예배
 
8. 모든 종교는 그 예배 행위에서 믿음의 내용을 드러내며 삶의 의미를 부각시킵니다. 그러므로 종교들이 행하는 예배는 그 교리의 본질과 특성을 함축하고 있어야 합니다. 예배가 절대자 곧 하느님께 드리는 공경이라면 그 예배는 하느님의 뜻에 부합해야 의미도 살고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란 의미도 우리의 전례 안에서 그 참 뜻이 드러날 것입니다(마태 6,5-13; 요한 4,19-24참조). 그러기에 구약의 예언자들이나 예수님은 허례허식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참 예배를 드릴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예레 7장, 이사 58장, 마르 7,1-13 참조). 예배행위와 현실의 삶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합당한 예배도 참 삶도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그릇된 신비주의나 기복신앙 위주의 잘못에 빠져들어 참된 자유의 삶도 얻지 못합니다. 전례헌장은 예배의 참된 의미와 바른 예배를 배우도록 이끌어 줍니다.
 
우리 교회의 전례가 가장 완전한 예배일 수 있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가장 완전하게 받아들이시고 완수하신 나자렛 예수, 참 사람이며 참 하느님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안에서 그리고 그리스도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전례헌장 7,33, 천주교 교리서 1069 참조). 그리고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는 늘 회개하며 새로운 삶을 다짐하고 그 힘과 바른 길을 전례 안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바른 예배를 위한 준비
 
9. 그러나 전례가 교회의 유일한 활동은 아닙니다. 전례가 형식에 치우치고 의식에 사로잡히면 자칫 허례허식으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시대와 문화적 조건 안에 사는 사람은 그 생각과 마음을 다양하게 표현하므로 일정한 예배 의식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힘을 잃을 수도 있고 의미를 상실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전례헌장은 전례의 의미를 살리는 방법을 찾고 의식을 개혁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합당한 예배를 드릴 수 있기 위하여 하느님 뜻에 맞는 생활과 회심을 요청합니다(전례헌장 9). 또한 참되고 살아있는 예배가 되기 위하여 “모든 신자들이 제반 전례 의식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완전히 참여하도록”(전례헌장 14)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영혼의 목자들은 모든 사목활동에 있어, 적절한 교육을 통해 이를 실현하려고 성실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며 전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전례헌장 14-20 참조).
 
바른예배와 바른 생활
 
10. 초기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예배와 삶 안에서 우리는 신앙생활의 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다락방의 소공동체와 지역 공동체, 그리고 그리스도인과 세상과의 바른 관계를 예배 안에서 배우고 실제 생활에서 확인해 갔으며, 서로 의논하고 토의하면서 성장해 갔습니다. 우리도 교회의 특성인 선교 공동체, 나누는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교구 설립 70주년을 준비하는 우리는 교회헌장과 사목헌장의 가르침을 기초삼아 전례헌장이 알려주는 참되고 바른 예배를 지향함으로써 보다 활력을 갖춘 성숙된 그리스도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도록 다짐합시다.
 
성직자
 
11. 교회는 늘 행하는 바를 알고 아는 것을 믿고 믿는 바를 실천하라고 당부합니다(사제 서품 예식).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의 생명을 위해 내 놓으셨듯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in persona christi 전례헌장 33)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도 자신을 매 미사때마다 봉헌하며 사제직을 수락하던 때의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할 것입니다(본당 공동체의 목자이며 인도자인 사제 10-11).
 
평신도
 
12. 세례로 그리스도와 한몸이 되어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직, 왕직에 참여하는 평신도들은 일상의 삶을 미사때 빵과 포도주와 함께 성부께 봉헌하며 빵과 포도주가 성령의 힘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하듯 세상 삶을 거룩하게 할 것입니다. 특히 평신도들의 고유분야라고 할 수 있는 세상에서의 빛과 누룩이 되기 위한 배움과 기도와 실천의 길을 걷도록 합시다(교회헌장 31, 34, 36; 사목헌장 43, 평신도 1, 2, 13 참조).
 
수도자
 
13. 하느님께 봉헌한 삶을 사는 수도자들은 복음적 권고의 삶을 통해서 성체성사의 신비를 세상에 드러내 보여야 하겠습니다(교회헌장 43-44 참조). 그리하여 우리의 종말 신앙을 현세 안에서만도, 이 세상이 끝난 다음에만도 아닌, 여기서 지금, 그러나 아직 완성이 유보된 잠정성을 인정하며 순응과 인내, 신뢰와 확신의 길을 걸어가도록 합시다.
 
14.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 공동체는 경건하고 정성을 다해 예배 드리며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그분의 죽음과 부활을 선포하며, “내가 곧 가겠다”고 약속하신 구세주께 “주 예수여 오소서”(묵시 22, 20)하고 간절히 청해야 할 것입니다.
 
맺는 말
 
15. 2004년 한해동안 우리 모두 전례헌장을 열심히 공부하여 우리의 특권이자 의무인 참 예배를 성실히 드리도록 합시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와 하나되어, 교회 안에 계시며 늘 우리를 새롭게 하시는 성령의 감도에 귀를 기울이며 생활을 개선해 나아가도록 합시다.
 
16. 구세주의 어머니이시며 우리 믿는 이들의 어머니 동정 마리아께 우리 자신을 의탁하며 도우심을 청합시다. 그러면 하루를 마치면서도 우리는 성모님과 함께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 설레입니다”(루가 1, 46)하고 감사기도를 바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우들의 가정과 우리 교구에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시길 빕니다.
 
2003년 대림절에
 
천주교 광주 대교구장
최창무 안드레아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