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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자료

올바른 성모 신심[교회서적] 오늘날 우리에게 사적 계시란 무엇인가? [경향잡지, 2008년 1월호]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3-04-03
  • 조회수 :  903

오늘날 우리에게 사적 계시란 무엇인가?


나주 성모동산의 이적행위들에 대하여


박상경 기자

성모 발현과 사적 계시의 허상


지난해 11월 13일 문화방송(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 수첩에서는 ‘기적인가 사기인가 -나주 성모동산의 진실’을 방영하여, 신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MBC에서 방영한 나주 윤 율리아 사건을 보면서 문득 1980년대 어느 날 전철에서 본 풍경이 떠올랐다. 한 여인이 화려하게 치장한아기 예수상을 가슴에 안고 전철을 탄 것이다.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수군댔으나 그 여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음 날 심상치 않은 여인의 행적을 이야기하다가 어디선지 자칭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라는 말을 들었다. 사적 계시 문제와 관련한 문제라면 상주 데레사도 있었다. 그즈음 전주교구 수류성당의 성모상에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들렸다. 성모께서 발현하셨다는 이야기와 함께 성모상이 움직인다는 거였다. 신부가 관련된 이 발현 이야기는 꽤 신빙성 있게 신자들에게 파고들었다. 주말이면 성모상을 참배하겠다는 순례객들의 관광버스가 줄을 잇는다고도 하였다. 그러나 곧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는 ‘전주교구 수류본당 기도 모임에 관하여 공지’(경향잡지 1992년 2월호 54쪽 참조)를 발표하여, 수류본당에서 일어나는 각종 기도 모임과 신심 행태가 가톨릭의 정통 신앙에서 벗어났음을 명시하였다. 이에 따라서 각종 모임을 금하고, 제작 배포된 출판물과 기타 물품의 사용을 금하면서 이 문제는 매듭지어졌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는 부산 언양지방에서 사적 계시를 받아 자신을 발현한 성모님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나타났고, 이와 관련하여 두 형제 사제가 면직되었다.

이렇듯 그동안 한국 교회 안에는 끊임없이 성모 발현과 사적 계시에 대한 문제가 있어왔고, 이에 따른 신자들의 혼란도 사실상 가중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눈물 흘린다는 나주 성모상, 그러나


이른바 ‘나주 성모 발현’이라는 사적 계시가 교회 안에서 문제를 일으켜 온 시점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6월 30일, 나주의 한 성모상에서피눈물이 흐른다는 윤홍선 율리아씨의 주장이 있었다. 이이야기는 당시 일반 매스컴에도 보도될 정도로 신자는 물론 일반인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얼마 뒤에는 성모상에서 흐른 피눈물이 돼지피였다는 반론 보도도 있었다. 그 뒤 매스컴에 가십 기사로 등장하던 피눈물 흘리는 성모상 이야기는 세간에서는 서서히 잊혀가는 듯하였으나 교회 안에서는 오히려 확산되어 갔다.

나주의 사적 계시현상은 1991년 5월 16일을 시작으로 ‘성체의 기적’을 주장하는데, 2005년 5월 6일까지 24차례의 성체 기적 현상이 일어났다고 하여 그 절정을 이룬다. 윤홍선 씨는 성체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미사 중 입속에서 성체가 가장자리부터 차츰 피와 살로 변했다는 주장도 한다. 2003년 2월 8일에는 8번의 기적 현상이 있었다고도 하며 예수님에게서, 성모님에게서 수십 차례의 메시지를 받았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성모님 (피)눈물에 이어 성모님 향유, 가시관 고통과 편태 고통, 기적수와 율신액 등으로 인한 기적 치유 등 이상 현상에 따른 다양한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관할 교구인 당시 광주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는 1994년 12월 30일자로 ‘나주본당 윤 율리아와 그의 성모상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과 메시지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였다. 그 뒤 이 위원회는 1995년 1월 9일에 첫 모임을 가진 이래 이른바 ‘나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교회 신앙의 빛에 비추어 다각적인 관점에서 주의 깊게 연구하고 관찰(1차 교구 공지문)을 한다. 그해 6월 16일에는 나주 조사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중간 발표문’을 내었고, 이 중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윤공희 대주교는 나주 기념행사를 금지하고 관련된 사제에게 더 이상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한편, 1998년 1월 1일자로 ‘나주본당 윤 율리아와 그의 성모상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과 메시지에 대한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의 공지’를 발표하였다. 첫 현상이 일어나고 13년이 지나 공식 발표문이 나온 것인데, 발표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나주의 성모상’과 관련된 일체의 행위를 금하다


“사적 계시를 유권적으로 해석할 권한은 해당 교구장에게 있다. 이른바 ‘나주의 성모님 메시지’는 인간적이고 인위적인 요소가 개입되어 있어서 그 순수성과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성체의 기적이라고 함부로 주장하는 현상들과 입에 모신 성체가 입안에서 살덩어리와 피로 바뀌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는 것도 성체에 대한 믿을 교리와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난다. 이러한 기이한 현상들은 신앙적으로 참된 초자연적 현상이라고 증명할 만한 근거가 없다. 따라서 나주에서 일어나는 일과 관련된 제반 홍보물의 발행과 유포를 금지하고, ‘나주의 성모님 메시지’를 선전하지 못하도록 한 권고가 유효하고, 교도권에 순종할 것을 명한다. 나주의 성모상과 관련된 사적 장소에서 미사 ∙ 전례 ∙ 성사 집전을 금한 이전의 조치가 유효하고 기도 모임과 집회를 금지한다.”

이러한 금지령에도 나주 윤홍선 씨와 그를 따르는 무리는 은밀하게 또는 공공연하게 기적을 떠들어댔고 이에 미혹한 신자들은 순례를 감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외적으로 일으킨 기적들, 말을 못하던 이가 말문이 트이고 앞을 보지 못하던 이가 눈을 뜨고 중증장애인이 치유된다는, 그래서 나주의 기적수와 나주 율리아의 오줌을 율신액이라 하여 정기적으로 받아 마시는 성직자가 있다는 데서는 1970년대를 풍미했던 신앙촌의 박태선 장로가 떠올랐다. 당시 박태선 재단의한 학교에서는 그가 발을 씻은 물을 성수라 하여 받아먹는다는 소문이떠돌았다. 마치 율신교라는 새로운 사이비 종교의 탄생을 보는 것 같은 생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윤홍선 씨의 성모님의 장미 향기 역시 조작한 것임이 드러났다. 한 증언자의 증언에 따르면 한 고위 성직자가 있는 가운데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성체는 윤홍선 씨가 눈속임으로 주머니에서 꺼내 던졌다는 것이고, 입안에서 살과 핏덩이로 변한 성체 역시 조작된 것임을 증언한다. 그전에 교회는 이른바 윤홍선 씨가 주장하는 성체의 기적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유효하게 서품 받은 사제의 축성에 의해서만 성체가 이루어질 수 있고(가톨릭교회 교리서, 1411조 참조), 그리스도와 그분 성령의 힘은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사제의 개인적 성덕과 관계없이 성사안에 성사를 통하여 작용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128조 참조)는 교회의 성체에 대한 믿을 교리에 부합하지 않습니다.”(1차 광주대교구 공지문)


‘나주 성체의 기적’은 믿을 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나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일련의 일들과 관련하여 광주대교구 후임 교구장 최창무 대주교는 2001년 2차 교구장 공지문 ‘성모성월을 마치며’를 발표하여 1차 공지문의 내용을 재확인하고 교도권에 순명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였다. 대구대교구는 광주대교구의 두 공지문을 확인하며, 2003년 5월 21일자로 교구 신부들과 수도회 장상에게 ‘나주 성모상’과 관련된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였다.

2005년 5월 5일,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는 3차 교구장 공지문 ‘나주 윤 율리아와 연관된 일들에 대한 사목권고’를 발표하였다. 직접 찾아가 세 번이나 면담한 사실과 금전출납 현황, 부동산 취득 등에 대한 등기사항과 회계 업무에 대한 투명한 자료 제출 등을 교구가 직접 확인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지시하였지만, 여전히 순명하지 않은 사실을 밝히고 있다. 또한 교구보다 높은(?) 교황청의 승인이 중요하다는 나주 추종자들에게 공지문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히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나주 율리아와 관계된 일련의 현상들과 사건들에 대하여 로마 교황청에 두 차례에 걸쳐 보고서를 냈으며, 교황청과 한국 주교단의 동의를 거쳐 1998년 1월 1일부로 나주본당 윤율리아에 대한 공지문을 발표하였다. 따라서 모든 성직자와 수도자와 신자들에게 참된 신심은 결실 없이 지나가는 일시적 감정이나 허황한 믿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참된 신앙에 있으며, 가톨릭교회로부터 인준된 여러 형태의 성모 신심을 깊이 하는 데 열정을 쏟기를 권고하였다.”


신비현상에 접한 사람의 태도는 겸손해야 한다


1900년부터 2000년까지 100년 동안 교회에 보고된 성모 발현 사건은 200여 건에 이르고, 이 가운데 교회가 공식 인준한 성모 발현 사건은 17건이다. 앞서 광주대교구장 1차 공지문에서도 밝혔듯이 사적 계시를 유권적으로 해석할 권한은 해당 교구장에게 있다.

지금까지 공인된 17건의 성모 발현 사건을 보면 이와 관련한 사람들의 태도가 하나같이 겸손하고 교회에 순명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자신이 스타가 된 양 거들먹거리지도 않았고 박해를 받는다며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다. 하물며 이를 빌미로 개인의 재산을 축적하지도 않았다. 다만 교회의 조사와 판단과 결정에 모든 것을 맡기고 교회의 교도권에 순명하였다.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에서 펴낸 "올바른 성모신심"은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을 체험하거나 신비현상에 접한 사람이 취해야 할 가장 첫 번째 태도는 겸손이다. 겸손이 결여된 체험이나 현상은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십자가의 요한 성인은 카르멜의 한 수녀가 많은 사람의 찬양을 받았음에도 그것이 참된 영에서 온 것이 아님을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이유로 지적하였다. “첫째, 소유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둘째, 내적으로 미혹될까 하는 두려움이 있어야 한다. 셋째, 자기가 받고 있는 것이 좋은 것이고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남에게 믿도록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자제한다. 넷째, 가장 중요한 점으로 기도의 방법에 겸손이 필요하다. 다섯째, 참된 영은 잘난 체하거나 과장이 없는, 소박한 문체로 가르치므로 그의 글에 소박함을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십자가의 성 요한 소품집”에서)

2007년 11월 19일자로 광주대교구는 ‘나주 윤 율리아와 그 관련 상황들에 대한 교구의 입장’을 발표하여 나주의 허황된 실태와 복음적 식별 노력에 대하여 당부하면서 올바르고 균형 잡힌 신앙생활을 바라는 교구의 입장을 재차 표명하였다.

“교구는 세 차례에 걸쳐 발표된 교구장 공지문의 내용을 재확인합니다. 자칭 ‘기적’이나 ‘사적 계시’라는 주장과 선전은 가톨릭교회와 무관하며, 어느 교구 소속이든 성직자와 수도자, 신자들의 방문과 의식행위는 교회법과 교계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하면서, 방문 금지와 의식행위 금지를 공지합니다.”


사적 계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시대가 혼란스럽고 개인의 삶이 불안할수록 우리는 무엇인가 기적을 바라고 이적 현상에 매달리게 된다. 계시에 대한 교회의 태도는 분명하다. 교회는 구약을 거쳐 신약에 이르러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공적 계시는 온전히 성취되었다고 가르친다. 따라서 우리 구원에 필요한 모든 것은 공적 계시에 담겨있다.

“어떠한 사적 계시도 공적 계시를 보충하거나 대체할 수 없으며, 공적 계시와 어긋나는 사적 계시 또한 있을 수 없다. 이러한 기준에 맞는 사적 계시라 할지라도 지역과 시기의 한계를 지닌다. 또한 교회의 공적 가르침과 부합되어야 한다. 교회가 가르치는 신앙의 진리나 도덕성에 상반된다면 잘못된 것이다.”(“올바른 성모신심”) 결코 사적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보다 우위에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것이다.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이 유출한 기름덩이를 온 나라 국민이 뒤집어쓰고 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이렇게 기적을 보도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기적을 보고 있습니다.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이름 없는 지원자들이 20만 명 넘게 방제 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두 달이 걸릴 방제작업을 단 열흘 만에 해냈습니다. 우리는 그 기적의 현장에 서있습니다.”

“다만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 서로 위하는 마음 개울같이 넘쳐흐르게 하여라.”(아모 5,24) 이러한 세상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가 이루어가야 할 기적이 아닐까 싶다.


[경향잡지, 2008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