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소식
교구[창간 95주년 특집 대담] 교회 언론의 사명과 역할(옥현진 주교님 인터뷰)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2-03-23
- 조회수 : 617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는 장 더 많이 만들어져야”
“직접 체험한 복음의 기쁨 생생하게 전하는 언론 되길”
가톨릭신문이 창간 95주년을 맞았다. 일제강점기이던 1927년 4월 1일, 실의에 빠진 민족에게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가톨릭신문은 제국주의의 억압을 뚫고 탄생했다. 지난 95년 동안 전쟁과 권력 탄압 등 격동의 세월 속에서도 가톨릭신문은 오직 민족 복음화라는 사명으로 흔들림 없이 외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오늘날 가톨릭신문이 처한 환경은 예전과 다르다. 종이신문을 향한 관심은 점차 줄어들고, 교회 가르침마저 자기 식대로 받아들이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 이로 인한 가짜·왜곡뉴스 확산도 심각하다.
가톨릭신문은 창간 95주년을 기념해 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회 위원장 옥현진(시몬) 주교와 만나 ‘교회 언론의 사명과 역할’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한국 사회의 대변혁기를 맞는 시점에서, 가톨릭교회 언론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해 의견을 들었다.
-대담: 사장 김문상(디오니시오) 신부
-일시: 2022년 3월 16일 오후 3시
-장소: 광주대교구청 총대리 집무실
■ 95돌 가톨릭신문
-김문상 신부(이하 김 신부): 가톨릭신문은 1927년 4월 1일 창간해 올해로 95주년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2027년이면 창간 100주년을 맞게 됩니다. 먼저 가톨릭신문과 독자들에게 축하와 격려 말씀 부탁드립니다.
▲옥현진 주교(이하 옥 주교): 교회 신문으로서 세상 언론이 주지 못하는 다양한 정보와, 또 신앙인이 갖춰야 할 소양을 알려주셔서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다른 어떤 교리서나 전문적인 신학서적 등이 줄 수 없는 다양한 저자들의 생각과 정리된 이야기들을 신문 지면을 통해서 알 수 있으니, 어떤 신문보다도 교회 신문이 공헌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성직자, 수도자들처럼 교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교회 소식을 필히 접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평신도들의 기고도 중요합니다. 그 행간에 있는 뜻을 종교 지도자들은 읽어내야 하겠지요. 직접적으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잡아내고, 백성들의 소리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경청하면서 교회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 갈등과 교회 언론
-김 신부: 지난 3월 9일 선거를 통해 새 대통령 당선자가 탄생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 사회가 화합하고 한 단계 성장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세대 간 소통 부족, 계층 간 이해관계, 편가르기 등으로 인해 심각한 갈등 상황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언론들이 이런 갈등을 조장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이처럼 언론이 갈등을 조장하는 현상들이 심화 되는 이유에 대해 주교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옥 주교: 자본의 논리가 우선이어서 그렇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또한 인간의 심성 안에는 소수의 집단에 속하기보다는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는 약한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에게 있는 어떤 이기적인 마음들, 자본을 따르는 마음과 내 이익을 따르는 마음들, 그 마음이 우선이 되면 참된 것을 잘 못 보게 됩니다. 눈이 가려져서 세상 사람들이 전달해 주는 지식이나 정보에 대해서 자기 안의 식별력이 없어지는 것과 같지요. 특히 우리는 경쟁 위주의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경쟁 관계 안에서는 이해나 사랑보다는 모든 것이 일단 이기고 보자는 자본의 논리대로 움직이지요.
이런 시대에서 언론의 역할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데 언론 역시 기득권에 속하고 싶은 심리, 도태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진실에 직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톨릭 언론이 참된 소리를 내야 합니다. 가톨릭 언론에게는 자본의 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하느님께서 복음을 통해 알려주신 가르침을 용기 있게 전달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김 신부: 우리 교회 안에서도 사회를, 또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참 분열돼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러한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데 교회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교회 언론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는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옥 주교: 가톨릭교회가 오랜 전통 안에서 가르치고 있는 교리에는 교회의 전통성이나 역사성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레오 13세 교황께서 발표하신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1891)는 신자로서 세상을 살아가며 갖춰야 할 소양을 담은 책입니다. 이것이 가톨릭 사회교리인데요. 한국교회는 사회교리를 직접적으로 많이 가르쳐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신자들은 교회가 영적인 이야기만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요. 사회, 문화, 정치, 환경, 생태 이 모든 것을 포함해서 사회교리가 가르치는 교리가 있는데, 그걸 우리가 제대로 못 가르쳤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책임이죠.
앞으로는 더 많이 소통해야 합니다. 교회 가르침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토론의 장을 교회 언론이 더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왜 가톨릭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사회교리를 통해 이렇게 가르치고 있는지 설득하는 장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정답을 정해놓고 하는 토론이 아니라, 생각과 생각이 만나야 하겠지요. 정말 좋은 토론은 누가 누구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에요. 교회의 이야기에 반대하는 사람에게 “틀렸다”고 못 박아버리면 더 이상 대화의 여지는 없어집니다. 열어두어야 합니다. 교회는 계속 대화하려고 열어두고, 인간적으로 더 가까워지면서 공통점을 찾아내야 하죠. 적어도 하느님 백성으로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으면서 살아가는 신앙인이라는 공통점 안에서 접점을 만들어 나가고 설득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김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교회가 세상 복음화를 위해서는 더 이상 교회 안에만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 야전병원 역할을 하라”고 강조하십니다. 교회 언론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 언론은 교회 담벼락을 넘어 대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분이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어떻게 하면 교회를 넘어 세상에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줄 수 있을까요.
▲옥 주교: 지금까지 가톨릭교회가 한국 사회 안에서 보여진 점은 그래도 긍정적이었다고 제 나름대로 평가를 해보는데요. 그러면 부정적인 것은 무엇일까요. ‘보수적’이라는 이미지, 그리고 사회 변동에 비해 ‘느리게’ 가는, 변화가 잘 안 되는 이미지가 있겠습니다.
가톨릭교회가 고수하는 것들에 대해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왜 생명 문제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는가에 대해서 말이지요.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회칙 「인간 생명」(Humane Vitae, 1968)이 나왔을 때도 왜 부부간의 침실 문제까지 교회가 간섭해야 하느냐는 비난으로 이어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교회가 가져왔던 근본적인 생각은 ‘생명 존중’이었어요. 저는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역사성과 전통성이라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지켜온 우리의 힘들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보수적인 모습으로 보이지 않도록 교회가 혁신을 해야 하겠죠. 개혁을 위해 더 많이 토론하고, 왜 우리가 그런 선택을 해왔는지 더 많이 세상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미래를 생각해서 항상 대화의 여지를 열어놓아야 합니다. 안 된다고 못 박아놓고 대화를 하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회 언론
-김 신부: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몸살을 앓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과 인구 감소 등 여러 부문에서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황님의 우려대로, 소외된 사람들이 더욱더 피해를 받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도 사회적 약자들의 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듯 보입니다. 교회 언론이 본연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회 언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회’를 구현하기 위해 교회 언론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옥 주교: 우리 주변에 있는 가난한 이웃들의 마음이 세상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교회 언론인들이 특히 노력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가난한 이들, 아픈 이들을 정말 공감하는 마음이 우선인 것 같아요. 그 공감하는 마음이 동화됐을 때 잘 전달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의 입장에서 그저 객관적으로만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기사로라도 꼭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좋은 글로써 그 감정들이 또 그러한 분위기들이 잘 전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공감 능력이 기자로서는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