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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공지

2025년 교구장 부활 메시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5-04-15
  • 조회수 :  311

2025년 광주대교구장 부활메시지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시편 118,23)

 

어둠 속의 기나긴 밤을 이겨내고 새날을 맞이한 하느님의 백성모두에게 주님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몇 달간 이 땅의 의식 있는 다수의 국민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불면의 밤을 보냈습니다. 매년 지내 온 부활 시기인데, 이번처럼 사순시기가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습니다.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도 이렇게 크게 다가왔던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잔인한 사월이 지나면 대한국민의 마음에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나 새롭게 부활하리라 믿습니다. 빛고을 광주의 형제자매 여러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진정한 역사가 있으려면 기억을 해야 하고 과거가 부끄럽더라도 이미 지나온 길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를 지우고 잘라내 버리면 기억을 잃게 되니,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기억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유로운 이는 기억하는 사람이고, 역사를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는 사람이며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LET US DREAM, 2025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처럼, 역사를 망각한 사람은 잘못된 선택을 하기 마련이고 그러한 선택들은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힘겹게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그 탑을 다시 쌓아 올리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자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이 그저 쉽게 얻어졌던 게 아니었음을 절감하는 오늘입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다라는 한강 작가의 말처럼, 주님 부활 사건은 신앙인 모두에게 희망을 선물합니다. 주님 부활을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물증은 없습니다. 단지 빈 무덤과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는 사람들의 증언만 있을 뿐입니다. 주님 부활을 목격한 증인들의 헌신적인 삶과 죽음이 바로 부활의 명확한 증거입니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말은 하지만, 예수님 시대나 오늘이나 법을 잘 안다는 사람 중에 일부는 잘 안만큼이나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기도 합니다. 이에 반해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체로 혹여 법에 저촉될까 봐 조심하며 살아갑니다. 지도자들이 깊은 성찰 없이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법을 악용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큰 고통을 겪게 되는지를 우리는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눈발 날리는 영하의 강추위 속에서 응원봉을 흔들며 밤샘 투쟁하는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오직 나라를 걱정하는 한마음으로 핫팩을 나누고 서로 격려하며 구호를 외치는 평화로운 시위를 보면서, 역사는 늘 기득권이 아닌 평범한 소시민들의 희생으로 이뤄짐을 다시금 느낍니다. 십자가를 짊어지신 주님의 희생처럼, 이 나라의 아픔을 기꺼이 짊어지고 희생하는 사람들이 모여 내일의 희망이 만들어지는 것임을 절감합니다. 이분들이 바로 오늘 우리에게 희망을 선물해주는 부활의 산 증인들입니다.

 

그리스도인의 모든 희망은 본질적으로 우리를 위해 수난하시고 죽으시고 마침내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에서 나옵니다. 이것이 해마다 온 교회의 신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구원의 공동체로서 주님 부활을 기념하고 경축하는 이유입니다. ‘아담의 범죄로 인류의 운명은 죽음으로 끝났지만, ‘예수님의 부활로 어둠과 절망의 역사는 천국으로 가는 희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기에 주님 부활을 믿는 우리는, ‘근심과 두려움의 바다에서 희망과 용기의 땅으로 건너갈 수 있습니다. ‘교만과 욕망의 바다를 건너 겸손과 온유의 땅으로, ‘게으름과 태만의 바다를 건너 근면과 성실의 땅으로, ‘불신과 의혹의 바다를 건너 믿음과 사랑의 땅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기억하고 기뻐하는 주님 부활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부활이 됩니다. 그리스도가 백 번을 부활해도, 내가 부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독일 속담).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콜로 3,1).

 

 

 

 

2025420일 주님 부활 대축일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옥현진 대주교